빙탄상애(氷炭相愛), 얼음과 숯이 서로 사랑한다?

빙탄상애(氷炭相愛): 얼음은 숯불에 녹아서 물의 본성으로 되돌아가고숯불은 얼음 때문에 꺼져서 다 타지 않고 숯으로 그냥 남으므로 서로 사랑을 지키고 보존 한다는 비유로 쓰인다다시 말해 숯은 재가 되지 않게 하고 얼음은 따뜻함으로 녹여 본래의 물이 되도록 돕는 사랑이다.

얼음과 숯불이 서로 어울릴 수 없다는 뜻을 가진 빙탄불가이상병혜(氷炭不可以相竝兮)라는 고시가 있습니다. 이는 얼음과 숯불이 함께 할 수 없는 것처럼 서로 용납될 수 없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친구 사이에 우정과 배신이 함께 할 수 없고, 왕과 신하 사이에 간언과 아첨이 함께 할 수 없고, 부부 사이에 사랑과 증오가 함께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후에 이 시구에서 빙탄상애(氷炭相愛)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문자적으로 얼음과 숯불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뜻합니다. 얼음과 숯의 본질이 서로 달라서 함께할 수 없는 것처럼 그 실제가 존재할 수 없음을 이르는 가슴 먹먹한 말입니다. 설령 그런 사랑이 있다 하여도 이루어져서도 안 되고 도저히 이루어질 수도 없는 참으로 아픈 사랑입니다.

문학에서는 몬테규가와 캐플릿가의 칼부림 속에서도 싹튼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바로 빙탄상애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그러한 것입니다. 종교적으로는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목과 살육의 역사가 계속되었습니다. 바로 빙탄상애입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에는 모두를 파경에 치닫게 하는 빙탄상해(氷炭相害)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 종교도 정치도 아닌 평범한 우리의 사랑 이야기로 돌아와 봅니다. 나이와 국경, 이념과 종교, 신분과 장애를 뛰어넘어야 하는 ‘빙탄상애’가 아닌, 살다보니 심장이 얼어버리고 가슴이 타서 재가 되는 우리 이야기 말입니다. 영원히 하나가 되겠다고 맹세한 결혼서약을 파국으로 끝나게 하는 차가운 분노(氷)와 불같은 불신(炭)에 대해서 말입니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형제와 자매, 친구와 이웃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그런 절망적인 사연들 말입니다. 사노라면, 우리의 만남과 관계는 예정이나 되어 있던 것처럼 일그러지고 틀어지기 일쑤입니다. 살다보니, 영원히 사랑하자던 약속은 재가 되어 날아가고, 목숨을 다해 사랑한다던 뜨거운 맹세는 차디찬 얼음이 되고 맙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활활 타오를 줄 알았는데 불꽃이 되어 날아가는 공허한 사랑,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뜨겁게 끓어오르는가 싶다가도 순식간에 증기가 되어 사라지는 허무한 사랑이 바로 우리의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시작된 결혼 생활이, 천륜으로 이어진 부모·자식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움과 증오가 쌓여 상실과 박탈감을 안겨줍니다. 빙탄불가이상병혜(氷炭不可以相竝兮)!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필연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얼음과 숯불인 듯 말입니다.

공존하기 어려운 얼음과 숯불이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재설정될 수는 없는 것일까요? 공허한 재가 되어 날아가 버릴 것 같을 바로 그 때, 바싹 마른 장작 한 더미 올려 사랑의 불꽃 활활 태워줄 그런 만남은 없을까요? 온몸이 얼어붙어 가슴이 시리고 꼼짝할 수 없을 때, 따뜻한 온기로 위안이 될 그런 관계가 그리 어려운 것일까요?

얼음과 숯의 사랑 이야기는 서로 하나 될 수 없음을 표현하는 비련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함께 공명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다면, 얼음은 숯이 다 타서 재가 되지 않도록 지켜줄 수 있고 숯불은 얼음을 녹여 본래의 성질인 물로 되돌려 주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만남과 사랑은 얼음과 숯불입니다. 허무하게 사그라질 비련의 빙탄상해(氷炭相害)가 될지, 영원을 사모하는 빙탄상애(氷炭相愛)가 될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닮지 않으면 안 되지만 사랑하기 위해서는 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제럴드의 말은 얼음과 숯불이 만들어 가는 사랑의 신비와 수수께끼를 잘 표현했습니다. 여기에 톨스토이가 말한 사랑을 덧붙이자면, “인생에는 -빙탄상애와 같은- 허다한 모순이 있지만 그것을 해결할 길은 역시 사랑뿐”입니다.

오래전, 부산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 프롤로그에 빙탄상애(氷炭相愛)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짧은 글을 소개해봅니다.

“당신이 얼음이라면 나는 숯이 되려오. 당신이 숯이라면 나는 얼음이 되리니. 뜨거운 가슴으로 그대 언 마음을 녹이고, 타들어 가는 그 마음을 내가 식혀 지키리다.”

•출처: 月刊김현청 http://www.godinus.co.kr/?document_srl=2799 김현청 에세이 쓰담쓰談 – 빙탄상애(氷炭相愛), 얼음과 숯이 서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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